티스토리 뷰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조선시대 조경 예술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전남 담양의 소쇄원(瀟灑園)을 찾아 처사(處士)로 변신해서 화제입니다.

박양우 장관은 조선 선비들처럼 회색모시철릭에 갓을 쓰고 부채까지 들어서 변장을 했는데 그 모습이 울창한 죽림 속 맑은 계곡물을 끼고 둘러앉은 소담스러운 정원과 제법 잘 어우러졌습니다.

박양우 장관은 10일 오전 소쇄원을 방문한 일반 관람객들과 함께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이란 테마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10명의 관람객이 500년 전 소쇄원을 만든 은둔처사 양산보로 설정된 전문가의 안내를 받아 소쇄원 경내를 돌아보며 문답을 하고 선비들의 풍류를 체험하는 행사입니다.


박양우 장관은 "옛 복식과 복장을 갖춰 입고 (전문가) 안내를 받아 곳곳에 스며있는 조상들의 정신과 역사, 당시의 여러 가지 상황까지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입체적 관광"이라며 "많은 분께 권해드리고 싶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해 최근 일본으로 가는 국내 여행객들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안다. 그분들에게 국내 여러 곳을 여행할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 관광을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국내에서 예전엔 접하지 못했던 많은 새로운 것들을 체험하는 다채로운 관광프로그램이 개발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박양우 장관은 계곡에 앉아 옛 선비들처럼 거문고 연주를 듣고, 영국 관광객과 담소를 나누고 부채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소쇄원의 별서정원은 혼탁한 세상을 벗어나 유유자적하며 맑고 깨끗한 세상을 일구고자 산속 깊숙한 곳에 만든 정원을 말하는데 조선 중종 때 문인인 소쇄옹 양산보(1503~1557)는 17세에 과거에 합격해 출사(出仕)를 기다리다 스승인 정암 조광조가 기묘사화(己卯士禍)로 유배돼 사약을 받는 모습을 지켜본 뒤 벼슬을 단념하고 낙향해 소쇄원을 열었다고 전해집니다. 오곡문(五曲門) 담장 밑으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은 작은 폭포가 돼 연못에 떨어지고, 계곡 옆에는 비 갠 하늘의 상쾌한 달이란 뜻의 제월당(齊月堂)과 비 온 뒤에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란 뜻의 광풍각(光風閣)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빼어난 풍치(風致) 덕분에 담양의 무릉도원(武陵桃源)으로도 불리는 소쇄원에는 송강 정철, 제봉 고경명, 우암 송시열 등 수많은 학자가 찾아 학문을 논하고 시를 읊으며 풍류와 학문을 논했다고 합니다. 전남 장성 출신 문인인 하서 김인후는 소쇄원의 사계절 풍광을 '소쇄원 48영'이란 시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담벼락에는 송시열이 썼다는 오곡문(五曲門)이란 글씨가 지금도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댓글